서기 9세기에 서유럽을 통일한 프랑크제국(후에 신성로마제국이 됨)의 샤를마뉴 황제가 있었습니다. 유럽은 로마시대 이후 황제라고 불리운 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첫 번째가 되었고, 훗날 나폴레옹, 심지어 히틀러까지 이런 로마제국의 영광을 흠모하며 샤를마뉴 같은 세계 제패자가 되기 원했습니다.

샤를마뉴(Charlemagne, 742~814, 768~814 재위)는 흔히 칼 대제라고도 잘 알려진 프랑스와 독일 지방의 옛 왕국인 프랑크의 국왕이었습니다. 샤를마뉴는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신자였고 그의 서유럽 통일로 인해 유럽이 종교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의 침입을 저지하는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권력과 영광만을 위해 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죽기 전에 이런 유언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죽고 난 후 나를 무덤에 묻을 때, 로마 황제의 보좌에 앉아 있는 모습 그대로 꼿꼿하게 앉힌 채, 머리에는 왕관을 씌운 채로, 그리고 손에는 내가 살아서 권위를 휘두르던 황제의 홀은 내 손에 쥔 채로 장사지내라. 또 잊지 말 것은 내 몸과 어깨에 황제의 망토를 걸치고 내가 원하는 책 한 권을 펴 놓은 상태로 내 무릎위에 올려놓도록 해다오.”

마침내 황제는 주후 814년에 죽게 되었고, 그 후 약 200년의 세월이 지난 후(997) 오토 3세라고 하는 황제는 기록을 통해 샤를마뉴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에 신하들을 명하여 과연 샤를마뉴 황제의 유언에 따라 유족과 신하들이 샤를마뉴 황제의 시신을 장사지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 보도록 했습니다.

무덤발굴단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조사 결과 모든 것이 샤를마뉴 황제의 요구대로 시행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렇게 대리석 옥좌에 앉힌 황제의 모습은 변화되어 있었습니다.

황제의 망토는 좀 벌레에 의해 거의 다 갉아 먹혀 버렸고, 황제의 몸은 뼈만 남은 채 그의 과거의 위엄과 권위로 가득 찼던 모습은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섬뜩한 분위기 속에 앙상하게 드러난 그의 무릎 뼈 위에는 자신이 원했던 책이 그대로 놓여있었고 손가락 뼈 중 하나는 그 성경의 한 구절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가복음 8:36)

디지털 황제인 스티브 잡스가 죽었습니다. 그만큼 세계에 영향을 많이 끼친 이도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았겠습니까?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삶도 준비했을까요?

죽음야말로 인간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인지 알게하는 최고의 발명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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