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가을 전령
야화 김 영 배
낮에는 여전히
검은 머리 벗겨내어
거대한 사막을 만들려는 듯
강렬한 햇볕을 쏟아낸다
길이 있는데
어찌 덥다고
길을 가지 않으랴
느티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고
그늘진 골목길 따라
숨을 껄떡거리며 지나왔다
어느 날 아침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았다
낯설었던 하늘
뭉게구름 꽃 활짝 피워놓고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이런 때도 있나?
무심결에 길을 간다
그저 더위만 피하고
그저 가시밭길만 피하고 싶었다
작은 소망 가슴에 남아있는데
어찌 여기서 길을 멈추랴
가녀린 몸매에
머리도 곱게 단장하고
하늘하늘 살랑거리는 연분홍 치마에 색동저고리
걸음은 사뿐사뿐
얼굴은 천사의 미소
언제 찾아왔는가
더위에 지친 나를 찾아
새벽이슬에 고운 향기 날리며
날 찾아온다 하니
상큼한 가을바람아
어서 앞장서라
나 설레는 마음 안고
버선발로 반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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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시인의 <설레는 가을 전령>은 늦더위의 고단함을 이겨낸 후 마주한 가을의 문턱과, 그로 인해 피어나는 설렘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시를 읽으며 느껴지는 감상과 주요 특징을 정리해 드립니다.
1~2연: 늦더위의 고단함과 묵묵한 걸음. 강렬한 대비
낮에는 여전히 대지를 사막으로 만들 것처럼 뜨거운 햇볕이 쏟아집니다. '검은 머리 벗겨내어'라는 표현에서 여름의 막바지 더위가 얼마나 맹렬한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의연한 의지: 하지만 시인은 "길이 있는데 어찌 덥다고 길을 가지 않으랴"라며 삶의 여정을 묵묵히 이어갑니다. 느티나무 그늘과 골목길을 찾아 숨을 헐떡이며 걷는 모습은 우리네 지친 일상을 닮아 있어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3~4연: 무심코 마주한 변화의 징후. 반가운 하늘
그저 더위와 가시밭길을 피하며 고단하게 걷던 어느 날 아침,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변해 있습니다. 뭉게구름 꽃을 피우고 환하게 웃는 가을 하늘은 지친 시인에게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5~6연: 가을 전령과의 설레는 만남. 코스모스의 의인화
가녀린 몸매, 연분홍 치마와 색동저고리, 사뿐사뿐한 걸음과 천사의 미소로 묘사된 존재는 단연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새벽이슬을 머금고 고운 향기를 풍기며 찾아온 가을의 모습을 마치 그리던 정인을 만난 것처럼 아름답게 의인화했습니다.
7연: 가을을 맞이하는 벅찬 기쁨. 버선발의 환대
늦더위에 지쳐 있던 시인은 마침내 불어오는 상큼한 가을바람을 향해 "어서 앞장서라"며 재촉합니다. 가을을 너무나도 기다려왔기에,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기겠다는 마지막 구절에서 벅차오르는 설렘이 그대로 전해집니다.힘겨운 계절을 버텨낸 끝에 찾아오는 가을의 시원함처럼, 이 시는 일상의 지친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매력이 있습니다.